이번에는 스레드, 계정 영구 삭제에서 복구까지

올해 2월, 20년 가까이 쓴 유튜브 채널이 하루아침에 삭제됐습니다. 사유는 "스팸, 현혹 행위, 사기"였어요. 그때 일은 유튜브 채널 부당 삭제 극복기 글에 따로 정리해 뒀습니다.
그리고 9월 3일, 이번에는 스레드 계정이 "커뮤니티 규정 위반"으로 영구 삭제됐습니다.
두 번 다 똑같았어요. 어떤 글이 문제인지 알려주지 않았고, 경고도 없이 계정이 삭제됐고, 이의신청은 기각됐습니다. 그리고 두 번 다, 결국 계정을 되찾았습니다.
이 글은 그 두 번째, 스레드 이야기입니다. 두 번을 겪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한 것들을 공유합니다.
일방적인 통보
9월 3일 새벽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스레드 글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이 바뀌더니, 사람인지 확인하겠다는 안내가 떴습니다. 메타가 봇 계정을 걸러낼 때 쓰는 절차처럼 보였어요. 로그인 정보를 한 번 더 넣으라고 했고, 그다음엔 전화번호를 넣으라고 했습니다. 곧 문자로 인증번호가 와서 입력하고 '이제 됐겠지' 했어요. 봇이 아니라는 건 증명했으니까요.
그런데 한 단계가 더 있었습니다. 얼굴을 찍어서 보내라는 겁니다. 얼굴이 선명하게 나와야 하고, 지금 모습이어야 한다는 안내가 있었어요. 새벽에 부스스한 얼굴을 찍어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 화면에서 계정이 정지됐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유는 규정 위반이었고, 재검토를 한 번 요청할 수 있다고 했어요. 다만 재검토 결과가 같으면 계정은 영구 삭제되고 더는 기회가 없다는 경고도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다른 선택지는 없었어요. 재검토를 눌렀습니다.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어요.
기다리는 동안 메일함을 보니, 새벽 4시 17분에 정지 통보 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커뮤니티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실수라고 생각하면 2027년 3월 2일까지 이의신청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어요. 저는 이미 앱에서 재검토 버튼을 눌렀기 때문에 이의신청이 자동으로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5시 19분, 기각 메일이 왔습니다. 정확히 62분 만이었습니다.

회원님의 계정을 검토한 결과, 여전히 커뮤니티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회원님의 계정이 영구적으로 비활성화되었습니다.
"여전히"라는 단어가 걸렸습니다. 여전히 뭘 안 지켰다는 걸까요. 어떤 글이 문제였는지, 어떤 규정을 어겼는지는 이번에도 설명 한 줄도 없었습니다.
앱을 열면 이런 화면이 나옵니다.

아무도 내 계정을 볼 수 없고, 모든 정보가 영구적으로 삭제되며, 이 결정에 대해서는 재검토를 요청할 수 없다는 안내입니다. 그 아래 "결정 방식 확인하기"를 눌러봤더니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기술 기반 판정 결과, 회원님의 계정 또는 계정에서 발생한 활동이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어 기술적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기술 기반 판정.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판단했다는 걸 메타가 직접 써놓은 겁니다. 62분 만의 기각도 결국 같은 기계가 한 일이었겠죠.
돌이켜보면 이상한 순서였습니다. 사람인지 확인하겠다며 전화번호와 얼굴까지 받아 놓고, 사람이라는 걸 확인한 다음에 한 일이 정지 통보였으니까요. 나중에 보니 인증번호 문자와 정지 통보 메일이 같은 4시 17분에 와 있었습니다. 제가 얼굴을 찍고 있는 동안, 결정은 이미 나 있었던 겁니다. 그 얼굴 사진을 누가 봤는지, 봤다면 뭘 확인한 건지 지금도 모릅니다.

스레드는 2025년 2월에 시작했습니다. 회사를 나와 앱을 만들면서 다른 1인 개발자들과 이야기하고 싶어서였어요. 앱 개발과 창업 이야기, 미국으로 이사 온 이야기, 아이들과 다닌 로드트립 이야기를 썼습니다. 1년 반 동안 게시물 127개, 댓글 1,987개를 썼고, 댓글은 대부분 제 글에 달린 댓글에 답한 것이었어요. 이 활동이 "커뮤니티 규정 위반"이라고 합니다.
백업부터 확인
유튜브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채널이 삭제되고 나니 내가 뭘 올렸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억에 의존해서 이의신청을 썼고, 복구된 뒤에야 영상이 세 개 더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구글 계정에 들어가면 삭제된 채널의 데이터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방법이 없었던 게 아니라 제가 몰랐던 거예요.
그래서 이번엔 백업부터 찾았습니다. 스레드 앱을 켜면 계정이 비활성화됐다는 안내 화면만 나오는데, 그 화면 아래에 "정보를 다운로드하여 Threads에 공유한 콘텐츠의 사본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라는 링크가 있었어요. 계정은 영구 삭제하겠다면서 글은 가져가라는 안내였습니다. 이런 기능을 숨겨두지 않고 보여준다는 게 작은 친절처럼 느껴졌어요. 동시에, 이제 정말 계정이 사라지는구나 싶어 무서워졌습니다. 일단 받았습니다. 게시물과 댓글 2,114건이 HTML 파일 하나로 왔습니다.
참고로 인스타그램 계정센터에서도 정보 다운로드가 되긴 하는데, 거기서는 스레드 항목이 막혀 있었습니다. 스레드까지 정지된 마당에 인스타그램은 어떻게 될지 몰라 백업하려다 알게 된 사실이에요. 정지된 계정의 백업은 그 앱의 안내 화면에서만 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어겼을까
저는 이걸 눈으로 훑는 대신, 파일을 통째로 클로드(Claude)에게 주고 물었습니다. 이 중에 커뮤니티 규정을 어긴 게 있느냐고요.
욕설, 혐오, 정치, 성적인 표현은 한 건도 없었습니다. 외부 링크는 34건이었는데 깃허브,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제가 만든 앱의 플레이스토어 주소 같은 것들이었고요. 반복된 댓글이라고 해봐야 "토닥토닥..."이 두 번,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 두 번이었습니다.
굳이 꼬투리를 잡자면 가입 첫 달에 댓글을 하루 177개까지 단 날이 있었습니다. 스레드에 처음 와서 신이 나서 여기저기 인사하고 다닌 흔적이에요. "서로 앱 설치하고 리뷰 달아주자"는 글도 있었습니다. 1인 개발자끼리 흔히 하는 말이지만, 기계가 보면 인위적인 참여 유도로 읽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다만 1년 반 전 일이고, 그 뒤로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썼습니다.
아이들 사진이 걸린 건 아닐까 생각도 했습니다. 정지 직전까지 로드트립 사진을 계속 올렸고, 그중에는 집 수영장에서 노는 아이들 사진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 자동으로 스레드로 넘어간 것이고, 인스타그램 계정은 멀쩡했습니다. 같은 사진을 두고 한쪽만 문제 삼았다면 사진이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위반이라고 부를 만한 걸 찾지 못했습니다. 메타 스스로 "기술 기반 판정"이라고 했으니, 남는 설명은 하나예요. 기계가 잘못 판단했다는 것.
앱 안에는 더 이상 길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유튜브 때와 똑같은 벽을 만났습니다.
이의신청은 한 번뿐입니다. 기각되면 재검토 버튼이 사라져요. 고객센터를 누르면 도움말 문서로 가고, 도움말 문서는 이의신청 버튼으로 안내합니다. 그 버튼은 이제 없습니다. 원을 그리며 도는 구조예요.
메일에 "여전히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이 문장은 재검토가 기각되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가는 문구였습니다. 사람이 다시 봤다는 뜻이 아니에요. 유튜브의 "다시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와 같은 종류의 문장입니다.
찾아보니 저만 겪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2025년부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스레드에서 이유 없이 정지되는 계정이 속출했고, 국내 피해자 모임에만 2,500명 넘게 모였습니다. 메타는 기술적 오류를 인지하고 해결 중이라고 밝혔고, 국내에서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메타를 상대로 사실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유튜브 글을 쓸 때 저는 "AI의 실수는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을 향할 수도 있다"고 썼습니다. 7개월 만에 그 당신이 이번에도 저였습니다.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유튜브 때 배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워낙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해서 어떤 경로로 복구된 건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상황이 움직인 순간은 언제나 사람이 개입한 뒤였다는 것. 파트너 매니저의 답장, 정부 기관의 이송 통보, 지인이 담당자에게 넣어준 연락이 그랬습니다. 반대로 자동으로 돌아가는 창구에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처음부터 사람을 찾았습니다. 한국의 스레드 담당자를 수소문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딱 하나를 부탁드렸어요. 유튜브 때와 같은 부탁이었어요. 제 계정의 실제 게시물을 사람이 한 번만 직접 봐달라고요.
그리고 9월 5일, 계정이 돌아왔습니다.

메일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We reviewed your account and found that the activity on it does follow our Community Guidelines, so you can use Threads again. We're sorry we got this wrong.
검토해 보니 규정을 잘 지키고 있었고, 잘못 판단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입니다. 이의신청이 기각되는 데 62분, 사람이 보고 바로잡는 데 이틀이 걸렸습니다.
기뻤지만 개운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이 한 번 보면 이틀 만에 "We're sorry we got this wrong"으로 끝나는 일이, 앱 안에서는 영구 비활성화로 끝났으니까요. 담당자에게 닿을 수 없었다면 저는 지금도 규정 위반자로 남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 전에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일을 겪는 분들께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도와줄 사람이 있었고, 담당자에게 닿을 수 있었어요. 그렇지 않은 분들이 훨씬 많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유튜브 글 마지막에 정리했던 내용에 이번에 배운 것을 더해 다시 적습니다. 정지되고 나면 이 순서대로 하세요.
백업부터 받으세요. 스레드는 정지 안내 화면 아래에 다운로드 링크가 있고, 구글은 계정에 들어가면 테이크아웃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때는 이걸 몰라서 내가 뭘 올렸는지도 모른 채 이의신청을 썼어요.
백업을 열어서 직접 검토하세요. 정지 통보를 받으면 이상하게 자책부터 하게 됩니다. 유튜브는 저를 "사기"라고 했고, 스레드는 "커뮤니티 규정 위반"이라고 했어요. 잘못한 게 없는데도 내가 뭔가 잘못했나, 올린 글 중에 문제가 있었나 하고 계속 되짚게 되더라고요. 계정 정지를 두 번 당하니까 내가 정말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 하고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아마 누구나 그럴 거예요. 이걸 끝내는 방법은 백업을 열어서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뿐입니다. 양이 많으면 저처럼 AI에게 통째로 넘기고 물어보셔도 됩니다. 제 잘못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나면 자책이 멈추고, 그 확신이 사람을 찾아다닐 힘이 됩니다.
이의신청은 기각되더라도 하세요. 이후 모든 절차에서 이의신청을 했고 기각됐다는 기록이 필요합니다.
SNS에 상황을 공유하세요. 저는 두 번 다 여기서 도움을 주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담당자 연락처를 아는 분, 별도 이의신청 양식을 아는 분, 그리고 그냥 같은 일을 겪은 분들이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으세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접수되고, 생각보다 빨리 처리됩니다. 지금 메타를 상대로 사실조사가 진행 중이니, 민원 하나하나가 기록으로 남는 의미가 있어요.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와 통신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세요. 정지 통보 메일, 기각 메일, 재검토 불가 화면 스크린샷을 첨부합니다.
앱 밖에서 사람에게 닿을 방법을 찾으세요. 4, 5, 6번도 결국 그 길입니다. 상황을 움직이는 건 언제나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두 번 다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앱 안에 없었고, 찾는 동안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어요. 같은 일을 겪고 계시다면, 사람에게 닿을 때까지 버티는 데 이 목록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